2012년 9월 30일 일요일

주이상스


주이상스 Jouissance 绝爽

 오이디푸스가 죽고 안티고네가 테베로 돌아온 후, 두 오빠는 왕위 계승을 놓고 싸우다 죽는다. 그래서 왕이 된 외삼촌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만 허락하고 폴리네케스의 장례는 금지한다. 안티고네는 그 명령을 위반하고 장례를 치르다가 감옥에 갇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 소식을 들은 그녀의 연인이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도 자결한다. 또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자결한다. 이처럼 안티고네가 왕명(王命)을 거역한 결과는 비극적 죽음이었다. 여기서 왕의 명령은 법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이름이며 죽은 자에 대한 경배는 신성성으로 상징되는 신의 이름이다. 
 안티고네가 아버지의 이름인 법을 거부하는 것은 저항과 전복의 숨은 열망 때문이다. 이것을 라캉은 주이상스(jouissance)라고 명명한다. 라캉의 주이상스는 일반적인 쾌락이 아니라 강렬한 성적 쾌락인 동시에 쾌락원리(pleasure principle)를 넘어서고 언어상징도 넘어서는 전복(顚覆)의 충동이다. 향유, 향락, 희열의 의미를 포함하는 주이상스는 강렬한 쾌락이고 현실원칙을 파괴하기 때문에 결국 고통이 된다. 그런데 무의식에 잠재한 주이상스는 법과 제도를 파괴하여 처벌을 받더라도 금기를 깨고 싶어한다. 여기서 주체분열이 생긴다. 즉, 말하는 요구와 원하는 욕망이 다르고 ‘나는 거짓말을 한다.’에서처럼 말의 주어와 행동의 주어가 다른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주체는 이 분열로 인하여 생긴 결핍을 충족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철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체는 위험하면서도 불온하게 아버지의 이름이자 대타자[big Other]인 법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잉여 주이상스가 있다. 사회의 법과 질서 속에서 허락되는 정도를 넘어서는 잉여 주이상스주이상스 그 자체가 목표이다. 과잉된 힘이기 때문에 분출될 수밖에 없고 전복의 주이상스가 분출하면, 안티고네에서 보듯이, 아버지라는 이름의 법을 파괴한다. 이것은 에피쿠로스가 쾌락주의의 역설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지나친 쾌락은 쾌락이 아니라 불쾌와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원래 모든 주체는 상징기호를 얻기 위하여 거세당한 존재이고 그래서 소외와 결핍이 생긴다. 이때 대타자로 등록하면서 내면에 숨겨둔 욕망이 있는데 이것이 주이상스의 원천이다. 이 충동적 주이상스가 언어의 사슬[상징기표, 법]을 끊고 강렬한 파괴의 힘으로 작동하면 실재계에 도달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인간은 타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기 내면의 소타자를 억제하고 산다. 하지만 기호이고 상징이고 법인 대타자에 대해서는 복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잉여 주이상스가 없다면 대타자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고 소타자와의 관계를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현실의 쾌락원칙에 맞추어 사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대하여 라캉은 세미나 <정신분석학의 윤리(The Ethics of Psychoanalysis, 1959 – 1960)>에서 쾌락원리는 쾌락을 제한하기 때문에 인간 내면에는 그것을 깨트리려는 충동 즉 주이상스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쾌락원리를 넘어서는 순간 주체가 감당을 못하고 파괴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충동적이고 성적 쾌락원리인 주이상스는 죽음의 타나토스(tanatos)로 변화한다. 
 주이상스는 남근주의적이지만 생물학적 남녀나 사회적 젠더와 다른 정신적 남녀로 구분된다. 그런데 사회질서를 인정하는 남성적이고 순응적인 주이상스가 아니라 사회질서를 거부하는 여성적이고 보조적인 주이상스는 대타자를 전복하는 주이상스의 핵이다. 이 지점에서 생물학적 성을 넘어서 여러 형태의 성도착(Polymorphous pervert)이 일어나며 잉여 주이상스가 지나치게 강렬하게 작동하면 결국 파괴와 죽음에 이른다. 앞에서 예를 든 안티고네가 아버지의 이름, 법과 제도, 상징기호, 상징질서, 언어의 사슬을 파괴하고 감옥에 갇힌 것은 저항이고 전복이며 주이상스의 욕망윤리에 따른 결과다. 지젝(S. Zizek, 1949 - )은 이런 라캉의 이론을 빌어 혁명적인 주체를 상정했는데, 그 혁명적 주체는 보편적 쾌락원리를 넘어서서 대담하고도 과감하게 대타자에게 도전하는 힘이다.         - 끝 - (충북대교수 김승환)
 
인문천문 목요학습 244 Thursday Study 星期四学习 2012년 7월 5일(목)
*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참고문헌 
*참조 <거울단계>, <상징적 거세>, <실재의 사막>, <욕망기계>, <죽음충동>, <쾌락주의의 역설>, <타자>, <대타자·소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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